[기타사진] [김인구 기자의 캐릭터 리뷰] ‘놈놈놈’ 작정하고 멋내는 정우성

본스타님 | 2008.07.09 16:04 | 조회 360
JES 김인구]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이하 놈놈놈)에는 제목처럼 '세 놈'의 주인공이 나옵니다. '놈'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유명한 '분'들인 송강호·이병헌·정우성 인데요.

이름만으로도 화면이 꽉차는 배우들입니다.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에서의 '포스'는 또 어땠고요. 한국인, 나아가 동양인의 우수성을 알린 것 같은 뿌듯함에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정말 멋진 '놈'들이었죠.

그 중에서도 정우성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정우성은 "멋지다"는 표현으로 좀 모자란 느낌이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이글거리는 눈빛, 할리우드 장신 배우들과 견주어 전혀 손색없는 훤칠한 키, 그리고 싸늘하면서도 묘한 흡인력이 있는 표정. 우스갯소리로 여성팬들은 정우성이 말없이 앉아 있는 것만 봐도 그의 카리스마에 매혹되고 만다고 하더군요.

그런 그가 이번 영화에서는 작정하고 멋을 냅니다. 카우보이 모자에 갈색 가죽 코트, 그리고 검은색 장화, 가끔씩은 더위에도 아랑곳없이 목을 휘감고 있는 스카프형 목도리까지. '영웅본색'(86년)에서 긴 트렌치코트에 선글라스, 이쑤시개를 잘근잘근 씹던 '스타일리스트' 저우룬파(주윤발) 이후 최고로 근사한 캐릭터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다른 게 있다면 저우룬파가 양손에 쥐었던 쌍권총 대신 총렬이 긴 장총을 들고 있고요. 승용차 대신에 말을 몰고 질주합니다. 엉덩이를 살짝 들고 말타는 모습은 섹시하기까지 합니다.

정우성은 7년 전 '무사'에서 승마를 배웠는데요. 지금은 프로급 실력을 자랑합니다. 그래서 말타고 장총을 쏘는 멋진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웬만한 승마실력으론 어림도 없는 기술이죠.

정우성도 처음엔 두 손까지 놓고 총쏘며 말탈 생각은 없었습니다. 위험한 건 물론이고, 자칫 자신의 부상으로 촬영 스케줄까지 망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가 탄 말이 원래 경주마 출신이라 피부로 느껴지는 힘과 스피드가 장난이 아니었다고 하고요.

하지만 이를 악문 각오 끝에 그 장면을 NG 없이 해냈고, 결국 스크린에는 두고두고 기억할만한 명장면이 탄생했습니다. 그가 추격하는 일본군과 정면으로 대치하는 신은 '놈놈놈' 액션의 백미로 꼽을 만합니다.

정우성이 그러더군요. 자신은 '좋은 놈'이라기 보다는 '냉정한 놈'이었다고요. 그리고 영화에는 누가 좋고 나쁜지는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다고요. 그렇습니다. 좋으면 어떻고, 나쁘면 어떻겠습니까. 정우성이 하는데….

'데이지'(06년)와 '중천'(06년)의 잇딴 흥행실패로 관객 대박의 경험이 '내 머리속의 지우개'가 되어 버렸던 정우성. 이번엔 이름만큼이나 관객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이 많아 지기를 바랍니다.

김인구 기자 [clark@joongang.co.kr]
twitt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