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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을 강타한 몸개그의 향연

누군가의꿈이될님 | 2014.11.26 11:49 | 조회 109

 


과거 19세기 유랑극단의 희극공연에는 기다란 나무판 두 개를 붙인 작대기가 필수요소였다. 이 작대기로 배우들은 서로를 때리기도 하고, 자신을 때리기도 하고, 걸려 자빠지기도 하고, 소품이나 세트를 와장창 무너뜨리면서 웃음을 주었다. 살살 때려도 소리는 요란해서 효과가 쏠쏠했던 이 작대기의 이름이 슬랩스틱. 그리고 이 도구는 거두절미하고 몸으로 웃기고 보는 코미디 장르의 정식명칭이 되었다. 언어유희라든가 패러디 등 코미디의 여러 요소들이 작품마다 한데 어우러지면서 어느덧 순수한 형태의 슬랩스틱 코미디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 그럼에도 20년 만에 돌아온 [덤 앤 더머] 브라더스들이 현재 북미에서 [인터스텔라]마저 제쳐버리며 과거의 영광을 재현 중인 바, 관객들의 배꼽을 강타했던 희대의 몸개그 영화들을 한데 모았다. 요리의 각종 조미료들마냥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 또한 성적 뉘앙스라든가 화장실 유머까지 다채롭게 존재한다. 그 농도와 강도에 따라 총 열 단계로 분류한 슬랩스틱 코미디 영화들. 당신의 웃음 입맛은 몇 단계인가?

 
● 1단계 : 버스터 키튼의 [제너럴](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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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극 중 사건들을 액션으로 표현해야 했던 무성영화 시대야말로 슬랩스틱 코미디의 진정한 황금기였다. 따라서 이 시기는 버스터 키튼의 본 대표작은 물론 찰리 채플린의 [황금광시대], [시티 라이트] 등 슬랩스틱 코미디의 고전 걸작들을 배출한 바 있다. 당시로써는 천문학적인 예산이었던 75만 달러의 제작비로 기관차를 통째로 박살 내는 스펙터클을 선보였던 [제너럴]은 개봉 무렵 흥행에 참패했으나 뒤늦게 재평가를 받아 걸작 반열에 오른 케이스.

이야기의 구조도 슬랩스틱 코미디에 적절하게 단순하다. 남북전쟁 당시 북군에 납치된 연인을 구하기 위해 열차를 몰고 추격전을 벌이는 전반부와, 연인을 구한 후 북군에게 도로 추격당하는 후반부의 깔끔한 구성. 그리고 남군과 북군의 일전으로 마무리. 혼자서 열차도 몰고 선로도 바꾸고 땔감도 구하고 대포도 쏴대는 주인공의 고군분투가 웃음을 자아낸다. 넘어지고 자빠지고 쓰러지고 무너지는 슬랩스틱 코미디의 기본 테크닉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교과서.

 

● 2단계 : 테리 길리엄, 테리 존스의 [몬티 파이튼의 성배](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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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시작되면 산등성이 너머로 말발굽 소리가 들려온다. 말발굽 소리치고는 이상하게 리드미컬하다고 깨달은 순간 모습을 드러내는 아더 왕과 몸종 팻시. 알고 보니 아더 왕은 말 타는 흉내만 내면서 뛰어다니고 뒤따르는 팻시는 야자 열매 껍질을 두드려 말발굽 소리를 내고 있다. 실소를 참을 수 없게 만드는 이 허세는 영화 내내 반복되며, 심지어 나중에는 원탁의 기사들 전원이 이 우스꽝스러운 몸개그에 동참한다.

아더 왕 전설을 패러디한 테리 길리엄의 [몬티 파이튼의 성배]는 마녀사냥과 왕정제를 풍자하는 지적인 언어유희는 물론 뮤지컬, TV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패러디까지 난무하는 코미디 종합선물세트라 할 수 있지만 슬랩스틱 코미디로서의 가치 또한 떨어지지 않는다. 돌덩이나 화살 대신 가축들을 날려대는 공성전 시퀀스라든지, 앙증맞고 귀여운 토끼가 실은 살인 괴수였다는 식의 뒤통수 개그가 압권.

 

● 3단계 : 주성치의 [쿵푸 허슬](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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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주성치 개그의 근간은 쿵푸였다. 쿵푸로 그림을 그렸고([당백호점추향]), 쿵푸로 요리를 했으며([식신]), 쿵푸로 축구를 했다([소림축구]). 그리고 그의 쿵푸는 우상인 이소룡으로 대표되는 권격물의 세계와, 가히 마음의 고향이라 할 김용 문학에 뿌리를 둔 무협의 세계로 나뉜다. [쿵푸 허슬]은 후자인 무협에 대한 슬랩스틱 코미디 형식의 헌사인 동시에, 주성치의 필모그래피에서 흔치 않게 장르의 이종교배 없이 쿵푸 개그에 공력을 쏟아부은 영화이기도 하다.

과장된 동작이 슬랩스틱의 기본이긴 하나, 대부분의 주성치 영화들이 그렇듯 [쿵푸 허슬]은 그 과장이 마침내 판타지의 영역에까지 다다른 경지를 보여준다. 몸에 단검을 맞은 채 돼지촌의 안주인 소용녀와 경공술로 초고속 추격전을 벌인다든가, 그 와중에 몸에 꽂힌 단검을 백미러로 활용한다든가, 두 명의 적 사이에서 마치 브레이크 댄스를 추듯 무공을 펼치는 돼지촌 주인 양과의 모습 등은 사뭇 진지한 감정에서도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가 하면, 한참 웃던 와중에도 자못 감동에 젖게 만든다. 김용 무협에서부터 [협녀]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레퍼런스로 점철된 그 과장의 끝은, 보는 이의 가슴에 크고 묵직한 손바닥 자국을 남기고야 마는 여래신장의 감동으로 마무리된다.

 

● 4단계 : [폴리스 아카데미]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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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를 풍미했던 경찰 코미디 시리즈로 총 7편이 제작되었다. 경찰지원자격을 대폭 낮춰버린 시 정책에 따라 온갖 어중이떠중이들이 경찰학교로 몰려드는데 열혈 마초 경찰 놀이에 푹 빠진 태클베리(데이비드 그라프), 명색이 경찰지망생이지만 목소리가 모깃소리 같은 훅스(마리온 램지), 누구든 그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거구의 사내 하이타워(부바 스미스), 각종 성대모사의 달인인 라벨 존스(마이클 윈슬로우) 등 개성적인 캐릭터들의 화학작용이 돋보인 시리즈. 특히 1편에서는 사고뭉치인 주인공 마호니(스티브 구텐버그)와 교관 해리스(G.W.베일리) 간의 '톰과 제리'를 연상시키는 천적 싸움이 볼거리였다.

이 시리즈를 기억하는 팬들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잡음까지 살린 교내방송부터, 총소리, 게임기 소리, 전기기타 소리 등을 입으로 재현해낸 라벨 존스의 완벽한 성대모사. 이 설정은 배우 마이클 윈슬로의 실제 개인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놀랍게도 음향효과의 힘을 빌린 것은 하나도 없다. 또한, 1편에서 순찰 중이던 경찰관이 무심코 버린 사과 하나가 지나가던 행인에게 맞고, 그것이 장차 도시 전체의 폭동으로까지 발전하는 과정을 묘사한 장면은 우당탕 슬랩스틱의 진수. 그리고 성적인 농담과 몸개그도 적지 않았던 이 단계부터 관람등급 또한 높아지기 시작한다.

 

● 5단계 : ZAZ 사단의 [총알탄 사나이]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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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플레인]부터 [특급비밀], 그리고 [못 말리는 람보]에 이르기까지 ZAZ 사단(데이빗 주커, 짐 에이브러햄스, 제리 주커의 세 감독)은 8 ~ 90년대 패러디 코미디의 대명사였다. 그들의 숱한 걸작들 중 환갑도 지난 레슬리 닐슨을 늦깎이 코미디 스타로 등극시킨 [총알탄 사나이] 시리즈야 말로 슬랩스틱의 순도가 가장 높은 작품. 주인공인 형사 프랭크 드레빈은 60년대 [핑크 팬더] 시리즈의 자크 클루조 경감과 [더티 해리] 류의 마초 형사 캐릭터를 합친 듯한 인물. 거의 모든 컷에서 자빠지고 넘어지고 쓰러졌던 자크 클루조 경감처럼 프랭크가 지나간 자리는 늘 폐허가 돼 버린다. 주차할 때마다 인근의 차와 기물들은 박살이 나는 식이지만 정작 본인은 늘 근엄한 포커페이스. 화면 전방에서는 멀쩡한 사건이 진행되는 와중에 저 멀리 후방에서 몸개그가 작렬하는 식의 연출도 ZAZ 사단의 전매특허다.

90년대 초반 이후 세 감독의 협업 체제가 와해되면서 이들 코미디의 생명력도 몰락하기 시작. 특히 레슬리 닐슨은 [스파이 하드]라든가 [롱풀리 어큐즈드]처럼 패러디라기보다는 단순 인용에 불과한 짜깁기 코미디 영화들에 출연하며 패러디 장르의 쇠락을 재촉했다. 그리고 그 쇠퇴의 난세를 틈타, 아울러 체비 체이스와 스티브 마틴 등 80년대 코미디 제왕들의 세대교체 흐름을 타고, 슬랩스틱 코미디의 역사에 길이 남을 천재가 세상에 등장하게 된다.

 

● 6단계 : 짐 캐리의 [에이스 벤츄라]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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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를 활용한 표현력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든 내추럴 본 슬랩스틱 코미디언 짐 캐리의 대표작. 불세출의 트릭스터를 연기했던 [마스크]나 얼간이 콤비를 가리키는 일반명사가 돼버린 [덤 앤 더머] 또한 빼놓기 아까운 작품이지만, 나사 빠진 캐릭터부터 영감이 번뜩이는 천재 탐정까지 자유자재로 오가는 [에이스 벤츄라] 시리즈만큼 다채로운 슬랩스틱의 스펙터클을 보여준 작품은 없다. 엉덩이 복화술이라든가 슬로우 모션 흉내내기, 놀라운 성량으로 범행현장 발코니 문의 방음을 테스트하는 모습 등은 1편을 대표하는 명연기들. 그리고 2편의 하이라이트인 '코뿔소 출산 장면'은 지금 다시 봐도 여전히 충격과 공포다.

짐 캐리의 또 다른 공로(?)라면 B급 코미디였던 화장실 개그를 메이저 코미디 영화계에서 보란 듯이 펼쳐냈다는 것. [덤 앤 더머]에서 그로 인해 설사약을 먹게 된 제프 다니엘스가 선보인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볼일'의 시청각적 테러를 기억하는가? 그리고 이것은 90년대 후반 코미디계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두 형제 감독의 출현과 맞물려 가능했던 변화다.

 

● 7단계 : 패럴리 형제의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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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이자 출세작이었던 [덤 앤 더머] 이후 바야흐로 19금 코미디의 영역까지 넘보기 시작한 패럴리 형제의 또 다른 대표작. 고교 시절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었던 동창생 메리(카메론 디아즈)를 만나고 싶은 주인공 테드(벤 스틸러)는 흥신소 직원 팻(맷 딜런)에게 그녀를 찾아달라고 의뢰한다. 한데 그 와중에 팻도 메리에게 반해 버린 데다, 여기에 그녀의 전 남자친구와 현재의 짝사랑마저 얽히면서 5각 관계 대소동이 펼쳐진다.

2인조 밴드의 막간 코러스가 삽입된 이 영화는 전형적인 고전 희극의 기승전결을 따르고 있으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온통 발칙한 개그 일색이다. 애초 테드가 메리와 헤어지게 된 결정적인 이유도 졸업파티 당일 바지 지퍼에 영 좋지 못한 곳이 끼어버리는 19금 불상사 때문. 그리고 다시 만난 두 남녀의 첫 데이트를 앞두고 벌어진 '헤어젤 소동'은 개봉 당시 상당한 센세이션을 낳았다. 그 외에도 노골적인 장애인 조롱이나 동물 학대를 웃음의 소재로 삼는다는 것도 정치적 올바름 따위는 바둑이에게나 주라는 패럴리 형제 영화들의 특징 중 하나. 이제 코미디 영화는 웃기겠다는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못 할 게 없는 시대가 되었다.

 

● 8단계 : 세스 로건과 친구들의 [디스 이즈 디 엔드](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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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거칠게 정리하자면, 패럴리 형제와 짐 캐리의 시대였던 1990년대를 지나 2000년대 이후의 할리우드 코미디는 아담 샌들러와 주드 아패토우 사단이 양분했다. 전자가 화장실 유머의 명맥을 이었다고 할 수 있는 데 반해, 후자는 머릿속에 온통 파티와 섹스 생각밖에 없는 쪽. [40살까지 못해본 남자]를 필두로, 조나 힐 주연의 [슈퍼배드]라든가 토드 필립스의 [행오버] 시리즈들이 후자에 해당된다.

[디스 이즈 디 엔드]는 주드 아패토우 사단을 대표하는 세스 로건이 각본부터 제작, 감독, 출연까지 다재다능함을 과시한 작품. 끝도 없이 이어지는 미국식 음담패설들이 주드 아패토우식 코미디의 특징이자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데 장애가 된 이유였다면, 이 영화는 지구 종말이라는 대재난을 소재로 한만큼 적잖은 수준의 몸개그를 선보인다. 세스 로건을 비롯, 조나 힐, 제임스 프랭코, 제이 바루첼, 마이클 세라 등 이 계열의 단골 배우들이 실명으로 총출동하였으며 특히 우정 출연한 채닝 테이텀의 기상천외하게 망가진 모습이 화젯거리.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흘러나오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양념이다.

 

● 9단계 : 초호화 출연진의 옴니버스 [무비 43](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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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계부터는 영화를 보면서 웃고 있는 자신이 싫어질 수도 있는 작품들이자, 이 글이 성인인증을 필요로 하는 기사가 되지 않는 한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을 생략할 수밖에 없는 영화들이다. 일단 이 작품 [무비 43]을 보면 두 번 놀라게 된다. 휴 잭맨, 제라드 버틀러, 리처드 기어, 나오미 왓츠, 엠마 스톤, 할리 베리, 우마 서먼 등등 입이 떡 벌어지는 초호화 캐스팅에 한 번 놀라고, 이 멤버들을 데려다가 전대미문의 더티 코미디를 찍었다는 데서 두 번 놀란다는 것. 어느 10대들이 '무비 43'이라는 전설의 동영상을 찾아 인터넷을 뒤진다는 설정이 이야기의 액자요, 그 과정에서 발견한 동영상의 내용들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차례차례 소개되는 형식의 영화. 헌데 그 각각의 단편들 내용이 상상을 초월한다.

턱 밑에 남성 성기 모양의 혹을 달고 다니는 휴 잭맨과 케이트 윈슬렛의 데이트 소동을 다룬 첫 번째 이야기는 마치 이 영화의 허들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경고하는 듯한 에피소드. 하지만 이 허들을 넘었다고 해도 크리스 프랫과 안나 패리스의 '응가 러브 스토리'의 감동을 견뎌내긴 쉽지 않다. '시카고 선 타임즈'의 리처드 로퍼가 '저질 영화계의 [시민 케인]'이라 극찬(?)한 이 옴니버스 영화에선 피터 패럴리, 브랫 래트너, 제임스 건을 비롯한 여러 감독과 함께 여배우 엘리자베스 뱅크스도 클로이 모레츠의 초경에 관한 에피소드의 연출을 맡았다.

 

● 10단계 : MTV의 [잭애스]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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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몸개그의 끝. 브래드 피트도 사랑해 마지않는다는(심지어 두 번이나 출연한 바 있는) MTV의 유서 깊은 몰래카메라 및 호기심 해결 프로그램인 [잭애스]의 극장판이다. 영화의 기원이 된 TV 프로그램은 [무한도전]의 초창기 포맷이었던 '무모한 도전'의 초 울트라 하드코어 버전이랄까. 입으로 마시는 것이 당연한 맥주를 배설기관으로 마신다든가, 그 배설기관에서 나온 무언가를 다시 입으로 보낸다든가 하는 극단적인 화장실 개그부터, 밤 말게라의 끝도 없는 패륜 개그는 물론이요, 어른들도 결코 따라 해서는 안 되는 위험천만한 스턴트까지, 언제고 극장에서 뛰쳐나가도 이상할 게 없는(어쩌면 끝까지 극장에 남아있는 쪽이 이상한 취급을 받을 수도 있는) 호기심 검증 테스트들이 이어진다.

[무비 43]에도 출연한 바 있는 조니 녹스빌이 9명으로 구성된 [잭애스] 멤버들의 리더. 그들 중 라이언 던은 지난 2011년 만취 상태에서 스포츠카를 몰다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영화판은 [잭애스 2], [잭애스3D]까지 총 세 편이 만들어졌으며 각 후속편의 삭제장면 등을 모은 [잭애스 2.5], [잭애스 3.5]와, 조니 녹스빌이 자신의 할아버지에게 바친 외전 격 영화 [잭애스 프레젠트: 배드 그랜파]도 공개된 바 있다.

 
 
조민준 (채널CGV [주말N영화] 작가)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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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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